오늘 지도라인 선후배들과 함께 교수님을 뵙고 왔다. 교수님과 면담한 내용을 적을 순 없지만 확실한 건 내 선택이 틀린 길은 아닌 것 같다. 짧은 면담 끝에 교수님과 잠시 식사 자리를 가졌고 작년에 무슨 일을 했고 올해 계획은 어떤지 담소를 나눴다. 다들 그냥 노는게 아닌 이런저런 계획이 있었고 나도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해는 투쟁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후배들 앞에서 부끄러운 선배가 될 수 없기 떄문이다. 투쟁이야 별 거 없고, 그냥 휴학이다. 그거말고 내가 할 수 있는게 없고, 있더라도 더 이상 뭘 더 행동하고 싶지 않다. 모든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에도 역시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더이상 희망이 없기에 내년까지 정치권, 또는 위원회에서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취한다면 그때는 나대로 움직일 것이다. 그 전까지는 선배와 후배에 대한 도리를 다하겠다.
PS) 잘하면 전주에서 과외를 더 할 것 같다. 올해가 내 마지막 교육 커리어가 될 것 같은데, 화려하고 장식하고 마무리하고 싶다.
Q 1: "저 모의고사(또는 작년 수능) 등급이 XXXXX인데 올해 여기 대학은 꼭 가야해서요. 갈 수 있을까요?"
Q 2: "저 지금 특정 과목 등급이 X인데 X'까지 올릴 수 있을까요?(특히 국어, 수학)"
Q 3: "얼마나 공부해야 등급이 오를까요?"
대충 생각나는 것만 적어도 이정도는 된다.(사실 엄첨 많다.... 상담 건수만 1000건 가까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 위 3개의 질문과 비슷한 아종이다.)
A: 답은 하나다. 모른다. 그냥 무식하게 공부하는게 정답이다.
결국 위의 질문들은 같은 심리로 질문한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수능까지 남는 시간은 1년도 채 되지 않고(보통 상담은 6평, 9평 전에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100일 이쪽저쪽밖에 남지 않는다.), 공부할 건 많은데, 하루는 짧고, 점수는 잘 안 오르는데, 꿈은 또 야무지게 높으니 집중이 안되고 불안해서 보통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 위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단 하나다.
"모른다."
그걸 알았으면 내가 사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절대로, 아무도 답변 못해준다.
사실, 학생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는 간다... 사람인 이상 욕망이 존재하고, 그 욕망은 항상 현실과 괴리되기 마련이다. 특히, 아직 실패와 좌절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수험생들의 경우 자신의 위치와 맞지 않는, 너무나도 무거운 욕망을 짊어지기 쉽다. 가지고 싶은건 있는데(욕망), 내 능력은 따라주지 않고, 그러면 능력을 키워야 하는데, 키워야 할 능력치는 너무나도 버겁고, 더군다가 시간은 제한이 되어있다. 이렇게 현실과 욕망이 괴리되니, 괜한 불안감만 커지고 집중이 안되기 마련이다. 사람인 이상, 당연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법은 욕망을 내려놓는 것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위의 질문들, 또는 그와 비슷한 질문들에 대한 답은 딱 하나다.
"모른다."
이 답변을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치만 받아들여야 한다. 세번째 반복하는 말이지만, 아무도 모르고 이를 받아들이는 방법은 욕망을 버리는 것 뿐이다. 불안감은 내 능력과 욕망의 충돌에서 시작되었기에, 욕망을 버리면 불안감을 상당수 해소할 수 있다. 그러면 다시 각각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Q 1: "저 모의고사(또는 작년 수능) 등급이 XXXXX인데 올해 여기 대학은 꼭 가야해서요. 갈 수 있을까요?" A 1: "모릅니다. 대학에 대한 욕심을 버리세요. 그냥 공부하세요."
Q 3: "저 지금 특정 과목 등급이 X인데 X'까지 올릴 수 있을까요?(특히 국어, 수학)" A 3: "모릅니다. 점수 올릴 생각 하지 마세요. 그냥 공부하세요."
Q 5: "얼마나 공부해야 등급이 오를까요?" A 5: "모릅니다. 등급 올릴 생각 하지 마세요. 그냥 공부하세요."
욕망을 버려야만 한다.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그냥 묵묵하게 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래야 몰입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불안해하면 대학에서 알아주는가? 점수가 오르는가? 등급이 오르는가?
그런다고 대학에서 알아주지 않는다.
그런다고 점수가 오르지 않는다.
그런다고 등급이 오르지 않는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욕망을 버려야만 한다. 결과를 생각하지 말아야만 한다. 오로지 지금 내 앞에 있는 문제, 당장 닥친 현실, 나의 과정에 몰입해야만 한다.
나도 그랬고, 많은 학생들은 대다수가 부모 밑에서 태어나 보호받으며 자라왔을 것이다. 좌절과 실패라는 것을 제대로 경험해보지 못하고 성장해왔을 것이다. 신체적, 법적 성인이 되었을지언정, 아직 좌절과 실패라는 것을 맛보지 못했기 때문에 어설픈 성인일 뿐이다. 이젠 좌절과 실패를 맛볼 시간이다.
원하는게 있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하는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저 무식하게, 묵묵하게 해야만 하는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수능은 단순한 등수세우기 놀이가 아니다. 수험생활을 하며 어른이 되어가야만 한다. 내 제자들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잘 해내리라 믿는다. 수험생들이 조금이나마 덜 불안해했으면 좋겠다... 응원하겠다.
언젠가 교육칼럼을 쓰게 된다면, 가장 첫번째로 쓰고 싶었던 칼럼의 주제가 바로 '전자기기의 위험성'이었다. 과외를 하면서 만난 아이들 대다수가 전자기기로 내 혈압을 오르게 했고 수없이 많은 순간마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20대 이하의 국민들에게서 전자기기를 소유 및 소지는 물론 사용하는 것조차 금지시키겠다고 상상을 했다. 전자기기는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있어 독약이나 다름없다.
과외를 하다보면 학생들은 크게 두 케이스로 분류가 된다. 첫번째 케이스는 이미 충분히 경지에 올라 혼자해도 충분하지만 불안하거나 아니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에 과외를 받는 케이스고, 두번째 케이스는 공교육도 못 따라갈 정도로 성적이 망가져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과외를 받는 케이스이다.여기서 내 과외의욕을 떨어뜨리는 대신 혈압은 그만큼 오르게 하는 학생들이 바로 두번째 케이스가 대부분이고, 이 학생들이 열이면 열 전부가 전자기기 중독을 겪고 있었다.
공개 블로그라 자세하게 적지는 못하지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1. 독서실에 공부한답시고 아이패드를 가져가, 하루종일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를 했던 학생
2. 휴대폰은 별로 사용 안한다고 스스로 이야기하지만, 매일같이 카카오톡 프사에다 셀카를 올려댔고 밤 세서 넷플릭스 보다가 과제를 안해왔던 학생
3. 새벽까지 게임을 했던 학생
4. 새벽까지 SNS를 했던 학생
기타 등등
이 있었다.
주 과외 과목이 국어 아니면 수학이었지만 내 과외 방식이 특정 과목 한두개만 수업하는게 아니라 전반적인 생활습관 교정 및 피드백을 같이 병행하기 때문에 수업시간마다, 또는 학부모와의 상담시간마다 전자기기를 통제할 줄 알아야한다 및 그래도 안되면 전자기기를 압수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전부 실패했다. 간섭하지 말라며 과외를 그만두겠다고 자기 부모님에게 징징대서 그만둔 적도 있었고, 과외하는데 미래가 안보여 그냥 짤라버린 적도 있었다. 또한 이들을 지도하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은 언어적 이해력과 집중력이 극도로 떨어진다는 점과 가르치는 학생이 부모님 또는 형제자매들과 사이가 원만함에도 불구하고 생활습관 및 정서상태가 불안했다는 점이었다. 위의 일들을 겪으며, 전자기기가 학습능력 뿐만 아니라 정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었고 이 문제에 대하여 조사를 해보게 되었다.
: 공통적으로 전자기기로 인해 독해력이 떨어진다는 내용들이 들어있고, 5번의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디지털 매체가 학생의 집중력과 학업 성취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일부러 오락 및 여가 기능으로써의 전자기기 사용과 관련된 논문을 가지고 오지 않았고 되도록 학업과 관련된 기능으로써의 전자기기 사용과 관련된 논문을 가지고 왔는데, 이러한 기능을 가진 전자기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기기는 독해력을 비롯한 학습능력에 좋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전자기기 중독여부는 집중력과 충동조절 능력을 저하시킴은 물론, 불안 및 우울 수치와도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당장 구글이나 논문 사이트(RISS, DBPIA, KMBASE, PUBMED 등)를 뒤져봐도 비슷한 논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심리학 논문부터 교육학 논문, 의학 논문에도 비슷한 내용들이 기재되어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증거를 찾지 않아도 이미 대다수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스스로 전자기기가 학습능력에 치명적이라는걸 알고 있다. 전자기기는 전자 마약이나 다름이 없다. 중독성이 심하고, 특히나 감정제어능력과 절제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다. 한창 육체적으로, 특히 정신적으로 성장해야 할 시기에 전자기기를 무절제하게 사용함으로 스스로에게 회복하기 힘든 데미지를 입힌다.
그리고 부모는 이를 안다. 분명 이를 알면서도, 부모는 자녀와 부딪히기 싫어서, 또는 스스로가 이미 전자기기 중독이라서 아이를 방임한다. 어린 자녀가 심심하다고 보채고 울자 조용히 시키기 위해 TV, 및 패드 등으로 영상을 틀어준다. 아이는 순식간에 조용해진다. 그 사이에 부모는 집안일을 하거나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휴식을 취한다. 한순간에 평화가 찾아왔지만 아이에게 처음 전자기기를 쥐어준 순간부터 전자기기 중독은 시작되었다. 기기를 회수하자 아이는 더더욱 칭얼대기 시작하고 입을 막기 위해 또다시 전자기기를 쥐어준다. 더더욱 중독된다. 그렇게 한창 뛰어놀고 체험하며 성장해야할 아이들은 오로지 시각적 자극에만 익숙해지며 커간다.
어느덧 성장한 아이는 어렸을 적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가져야 할 사회적, 정서적 지능과 언어, 논리, 신체에 관한 지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로 입학한다. 당연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땅히 가져야 할 교육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대한민국 공교육 시스템상 이러한 아이들을 거르지 못하고 진급시킨다. 더 어려워진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뒤쳐지게 된다. 그렇게 부정적인 사이클을 계속해서 순환하며 무의미한 시간만 지나가고 아이들은 정신은 놔둔체 몸만 성장해나간다.
이러한 아이들이 성장한 결과가 바로 내가 가르쳤던 '전자기기에 중독되었던 낮은 학습 성취도의 학생들' 이었다. 고쳐주고 싶지만, 늦었다. 부모도 통제를 못하는데 내가 이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은 마땅치가 않다. 어떻게 점수를 올리겠다고 과외를 의뢰해오지만 전자기기를 탐닉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정신과 진단을 받아 약을 먹고 심하면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한다.' 라는 말 뿐이다.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절제 및 인내와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교육으로는 교정이 힘들지 않을까(사실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나 이 칼럼을 접한 학부모들이 계시다면, 제발 아이들에게 전자기기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태블릿, TV, 게임기 등등 전부 압수해야 한다. 공부시킨답시고 전자기기로 유혹하지 말고 차라리 밖에서 놀게 하는게 좋다. 공부는 정상적인 지능만 골고루 갖췄다면 늦게 시작한들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만, 기본적인 지능과 정서에 데미지를 입은 상태라면 뭘 해도 안된다. 아이들이 통제가 안되고 너무 힘들다면, 비싼 전자기기를 사주거나 학원비에 월급을 불태우지 말고 차라리 운동을 시키는 걸 추천한다. 아이스링크, 태권도, 야구, 축구 등등 매우 많다. 몇년동안 과외를 해온 선생의 입장으로써, 20대 이하 성장기의 학생들에게 전자기기는 독극물과 다름이 없으며 제발 전자기기로 아이들을 통제하고 유혹에 빠뜨리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TMI)
아직도 기억나는게 한때 M사의 질의응답 튜터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전자기기를 전부 치워버리라는 논지의 칼럼을 적자 댓글로 게거품을 물며 전자기기가 있어야 우울하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장문의 글을 남겼던 학생이 있었다. 이미 수많은 연구결과로 전자기기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나와있고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잘 알텐데, 전자기기에 중독되어 있어 이성적인 판단이 되지 않았던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을 근거까지 주렁주렁 달아놓은 이유는, 이전의 그 학생의 사건이 떠올라서이기도 하다. 이처럼전자기기는 아이들과 학생들을 병신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