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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상태가 안좋아지는게 날이 갈수록 느껴진다.

 

약 먹어도 효과 지속시간은 계속 짧아지고 순간순간 증상이 확 안좋아진다. 수면시간이 모잘라서인지 약 부작용은 심하게 느껴져서 먹고나면 한두시간은 제정신을 못차린다.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증상에 집중력 유지시간도 짧고 그마저도 괜찮은 시간에 피로가 누적되서인지 순간적으로 뭘 하고 있는지, 뭘 하려고 했는지 기억을 못한다. 

 

기존에 있던 증상도 좀 안좋아지긴 했다. 최대한 루틴에서 벗어나지 않게 행동해서 더 악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조절하고 있다. 이건 정답이 아니긴 하지만 억지로 루틴을 부셨다간 아마 일이 터질 것이다.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 악화되는 정도와 속도가 훨씬 더딘 편이고 가끔식 컨디션 괜찮은 날에는 좋아지기도 해서 이건 그리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이 증상때문에 공부시간을 좀 많이 뺏기긴 하지만 어차피 달고살았던 족쇄라 이건 감당 가능한 정도다.

 

문제는 일주일중에 안자는 날이 더 많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알지만 수업은 여전히 못 따라가고 그나마 텍스트로 공부해야 이해가 된다. 문제는 수업이 늦게 끝나기 때문에 다 볼 시간이 안된다. 시험준비시간은 없다. 그래서 더 문제다.

 

이해없이 암기만 하는게 정답이라는건 알지만 그게 도저히 되질 않는다. 

 

아마 내년까지 안자면서 버티는 공부가 계속될 것 같다. 솔직히 자신 없다. 다만 집안 문제(가장 큰 이유)와 이번 학기 초반에 교수님들께서 많이 신경써주셔서 부끄럽지 않을려고 꾸역꾸역 버티는 중이다. 하는데까지는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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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복학을 앞두고 과외학생들에게 할 말을 정리하면서 작성했습니다. 오글거려서 학생들에게 말로만 대충 전달하고 원문은 여기에다가 기록합니다ㅋㅋ)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딱 두 문장으로 요약하겠습니다.

 

1. 결과같은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공부하세요.

2. 공부는 원래 혼자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수업 때마다 잔소리처럼 입에 달고 살던 이야기들입니다.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 종종 왔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답변으로는, 그 고민을 한다고 어차피 달라지는게 없을텐데 굳이 그런 고민을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조금 진지한 답변을 드리자면,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께서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여러분들께서는 학생이라는 길을 선택하셨기 때문에 학생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주위에서 국어 수학 배운거 쓸모없다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된다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들으셨을 것입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공부를 안 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공부는 쓸모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의무가 공부이고 여러분들께서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여러분들께서는 성인을 앞두고 계시고, 성인과 미성년자의 결정적 차이점은, 성인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책임과 의무라는 것은 필요해서, 또는 선택해서 지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지의 여부가 성인과 미성년자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그동안 학생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성인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앞두고 있는 수능은 단순한 시험이 아닌,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책임과 의무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께서 수능을 준비하는데 있어 꿈의 성취라던지 그런 거창한 이유를 찾으시기보단, 먼저 성인의 본질을 깨닫고 이를 맞이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 결과라던지 그런 복잡한 이유를 생각하지 마시고 의무이기에 그저 공부한다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잘 볼려고 하지도 마시고 뭔가를 이룰려고도 하지 마세요. 의무를 묵묵히 다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올 한 해 마지막, 절대로 후회를 남기지 마시고 기쁜 마음으로 성인의 나이를 맞이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의 연장선으로 말씀을 더 드리자면, 공부는 학생의 의무이기 때문에 혼자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의무는 누가 대신 이행해주지 않습니다. 책임도 누가 대신 짊어지지 않습니다. 의무는 스스로 이행하는 것이며 책임 또한 스스로가 짋어지는 것입니다. 공부는 학생의 이러한 의무이자 책임이기에, 혼자서 해내셔야 합니다.

 

다만 지금껏 학생 이전에 미성년자로서 부모님의 그늘 아래 자라왔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지원과 애정 속에서 자라며 성인이었다면 스스로가 책임졌어야 할 결과들을 부모님께서 대신 감당해주시고 각자가 찾았어야 할 고민들에 대한 답을 부모님께서 대신 찾아주시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때로는 성인이었다면 스스로가 했어야 할 선택들을 부모님께서 선택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다들 그렇게 성장해왔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제 그러한 시간은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능에 대한 답은 이제 직접 찾으셔야 합니다. 수능 결과도 본인 각자께서 책임지셔야 합니다. 수능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인생 제 2막의 시작도 스스로께서 선택하셔야합니다.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책임 또한 져주지 않습니다.

 

이걸 어렴풋이나마 다들 깨닫고 계실 것이기에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책임과 의무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고 계실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아기새가 성장해 보금자리에서 벗어나 날아오는 그 순간 그 새가 느끼는 감정이 여러분들께서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결국 여러분들은 성인이 되어야만 하기에 이것을 혼자서 해내셔야 합니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기도 하구요. 수능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과 이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도, 수능을 치루는 것도,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를 맞이하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스스로 해내실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치뤄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수능 준비 과정의 시작이자 전부인 공부를 혼자서 스스로 해내셔야만 합니다.

 

잔혹하게 느껴지시겠지만, 이걸 끝까지 완수하고 나면 새로운 세계가 눈에 펼쳐질 것입니다. 그 세계가 수험생 각자에게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여러분들의 느끼는 세계는 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꽤나 살아갈만한 곳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수능이 끝나고 나면 이 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 생략)

 

 

 

 

(나머지 내용은 올바른 교육에 관하여 항목에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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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에 대해 강경하신 분들도 계실것이고 이제는 여러가지 이유로 복학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복학을 원하시는 분들 중에서는 메X에서 조리돌림당하는게 두려워서, 아니면 주위 동기 및 선배들 눈치 보느라 주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일거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저 역시 이러한 학생 중 한명이기도 하구요. 위에도 적혀있지만, 전 복학을 해야한다는 주의이고 사유를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내년에 돌아가게 될 시, 의료교육이 아예 붕괴되어 이후 제대로 된 수업이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TF나 다른 동기 및 선후배들은 복학자들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저는 복학자들에 대해서 그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개인적으로는 정말 현명하신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저 일개 학생에 불과하지만 최소한 저는 만약 이후에 복학자들을 만나게 된다면, 다른 동기 및 선후배들처럼 똑같이 웃으며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지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와 별개로 지금 의대 본부가 저희를 대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 의대는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으며 이 사태에 관해서 관망만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들어서 의대생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며 이 이상 수업이 미뤄지면 의료교육이 무너진다는 이유로 저희에게 대학으로 돌아올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 말이 진실이라면, 작년에 의대에서도 액션을 취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학생들은 최전선에 나가 의료교육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동안에 의대는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위 공문은 신뢰를 잃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의대에서 학생들에게 돌아오지 않으면 유급시킬 것이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습니다. 명분은 간단합니다. 이 이상 수업이 연기되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전수할 수 없기에 유급을 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라고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진실이라면, 작년에 학생들이 교육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때 의대에서도 역시 교육을 위해 액션을 취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죠. 교육에 대한 권리를 아무런 힘 없는 학생들이, 심지어는 갓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이 총알받이로 최전선에 나가 지키는 동안에 의대 본부는 그 어떠한 행위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의대는 유급에 대한 명분과 권위도 잃었습니다.

 

따라서 의대가 제대로 된 의료교육을 위해 진지한 고민 하고 방안을 마련해줄지에 전 의문을 가집니다. 저희를 대하는 방식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도 생각하구요. 여기에 대해서 의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여러가지로 보복이 두려워 내용 일부 검열했고, 그냥 여기에 올리고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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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탄핵이 되었다. 

 

계엄을 일으킨 이후로 사법부의 행보와 특히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를 차일피일 미뤄 행정부와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가 뿌리까지 썩었다고 생각하여 절망하고 있었다. 또한 탄핵 선고를 4월은 물론 5월, 심하면 6월까지도 미루리라고 믿었는데 이러한 내 믿음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탄핵이 되었다. 

 

계엄을 일으킨 이후로 사법부의 행보와 특히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를 차일피일 미뤄 행정부와 입법부는 물론, 사법부가 뿌리까지 썩었다고 생각하여 절망하고 있었다. 탄핵 선고를 4월은 물론 5월, 심하면 6월까지도 미루리라고 믿었다. 4월 1일날 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를 4월 4일에 하겠다고 발표를 하자 난 속으로 '아 탄핵 선고를 기각하거나 각하하겠구나' 생각했다. 더이상 정의는 썩을 대로 썩어 희망은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내 믿음은 틀렸다. 4월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만장일치로 선고되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직 뿌리는 살아있었다. 아무리 썩었어도 사법부가 민주주의의 정신을 잊지 않았다면 아직은, 나라에 희망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제 모든걸 포기하고 이민말고는 답이 없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섣불리 결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그래도 보험으로 준비는 해둘꺼다. 세계가 너무 혼란스러워서 대비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오늘로써 나라는 물론, 의정사태 또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많은게 무너졌고 피해는 심각하지만, 그래도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분명 희망은 아직 남아있으리라고 믿고 싶다. 내 믿음이 틀렸던 것처럼, 내가 모르는 묘수가 분명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니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진짜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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