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이 글은 복학을 앞두고 과외학생들에게 할 말을 정리하면서 작성했습니다. 오글거려서 학생들에게 말로만 대충 전달하고 원문은 여기에다가 기록합니다ㅋㅋ)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많은데 딱 두 문장으로 요약하겠습니다.
1. 결과같은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공부하세요.
2. 공부는 원래 혼자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수업 때마다 잔소리처럼 입에 달고 살던 이야기들입니다. 대한민국 학생으로서 내가 왜 공부를 하고 있는지 고민이 되는 순간이 종종 왔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답변으로는, 그 고민을 한다고 어차피 달라지는게 없을텐데 굳이 그런 고민을 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조금 진지한 답변을 드리자면,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는 이유는 여러분들께서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여러분들께서는 학생이라는 길을 선택하셨기 때문에 학생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마 주위에서 국어 수학 배운거 쓸모없다 사칙연산만 할 줄 알면 된다 이런 이야기들을 종종 들으셨을 것입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공부를 안 할 이유가 되지 않습니다. 공부는 쓸모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의무가 공부이고 여러분들께서 학생이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이제 여러분들께서는 성인을 앞두고 계시고, 성인과 미성년자의 결정적 차이점은, 성인은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해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입니다. 책임과 의무라는 것은 필요해서, 또는 선택해서 지는 것이 아닙니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지의 여부가 성인과 미성년자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그동안 학생의 길을 걸어왔고, 이제는 성인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앞두고 있는 수능은 단순한 시험이 아닌,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책임과 의무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께서 수능을 준비하는데 있어 꿈의 성취라던지 그런 거창한 이유를 찾으시기보단, 먼저 성인의 본질을 깨닫고 이를 맞이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즉, 결과라던지 그런 복잡한 이유를 생각하지 마시고 의무이기에 그저 공부한다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잘 볼려고 하지도 마시고 뭔가를 이룰려고도 하지 마세요. 의무를 묵묵히 다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올 한 해 마지막, 절대로 후회를 남기지 마시고 기쁜 마음으로 성인의 나이를 맞이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이의 연장선으로 말씀을 더 드리자면, 공부는 학생의 의무이기 때문에 혼자 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의무는 누가 대신 이행해주지 않습니다. 책임도 누가 대신 짊어지지 않습니다. 의무는 스스로 이행하는 것이며 책임 또한 스스로가 짋어지는 것입니다. 공부는 학생의 이러한 의무이자 책임이기에, 혼자서 해내셔야 합니다.
다만 지금껏 학생 이전에 미성년자로서 부모님의 그늘 아래 자라왔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지원과 애정 속에서 자라며 성인이었다면 스스로가 책임졌어야 할 결과들을 부모님께서 대신 감당해주시고 각자가 찾았어야 할 고민들에 대한 답을 부모님께서 대신 찾아주시기도 하셨을 것입니다. 때로는 성인이었다면 스스로가 했어야 할 선택들을 부모님께서 선택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다들 그렇게 성장해왔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제 그러한 시간은 끝을 보이고 있습니다. 수능에 대한 답은 이제 직접 찾으셔야 합니다. 수능 결과도 본인 각자께서 책임지셔야 합니다. 수능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인생 제 2막의 시작도 스스로께서 선택하셔야합니다.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고 책임 또한 져주지 않습니다.
이걸 어렴풋이나마 다들 깨닫고 계실 것이기에 지금껏 겪어본 적 없는 책임과 의무에 대한 중압감을 느끼고 계실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마 아기새가 성장해 보금자리에서 벗어나 날아오는 그 순간 그 새가 느끼는 감정이 여러분들께서 느끼는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결국 여러분들은 성인이 되어야만 하기에 이것을 혼자서 해내셔야 합니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기도 하구요. 수능에 대한 준비를 하는 것과 이에 대한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도, 수능을 치루는 것도, 그리고 그에 대한 결과를 맞이하기까지의 과정 전체를 스스로 해내실 수밖에 없습니다. 대신 치뤄주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수능 준비 과정의 시작이자 전부인 공부를 혼자서 스스로 해내셔야만 합니다.
잔혹하게 느껴지시겠지만, 이걸 끝까지 완수하고 나면 새로운 세계가 눈에 펼쳐질 것입니다. 그 세계가 수험생 각자에게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여러분들의 느끼는 세계는 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꽤나 살아갈만한 곳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수능이 끝나고 나면 이 말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 생략)
(나머지 내용은 올바른 교육에 관하여 항목에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