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나의 생각/2023

김형태 교수님 강론 - 해부학 실습에 임하는 태도에 관하여

My Story in Ink 2023. 11. 8. 23:59

-11/08 실습시간 도중

 

오늘 가슴부분 해부실습 도중에 김형태 교수님께서 우리 조에 오셨다. 요즘 실습실에 자주 카메라 들고 오셔서 학생들 사진을 촬영해주셔서 오늘도 그 날인가 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잇몸이 만개하셔서 우리 조로 오시더니 뇌를 가르키신 후 질문을 던지셨다.

 

"이 뇌가 무게가 얼마나 될까?"

 

나는 당황했다. 아니 지금 신해 공부도 덜 됐는데 뇌 무게가 뭐가 중한디.... 그리고 단 한번도 강의 도중 언급된 적이 없었어서 교수님께서 그냥 한 번 물어보신 줄 알았다. 내 관심사도 아니었어서 잠시 우리 조에 머무르시다가 그냥 지나가실 줄 알았다.

 

하지만 교수님은 진지하셨다. 호모 사피엔스 이전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그 이전의 유인원 시절의 뇌 무게부터 언급하시면서 우리 조만을 위한 강론을 해주셨다. 유인원의 뇌 무게는 약 400그람 이하. 하지만 유인원에서 진화가 시작되는 순간 뇌의 무게는 400그람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호모 에렉투스에 도달하면서 약 1kg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뇌 무게가 약 1.4kg이다. 사람은 유인원과 다르게 직립보행하고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는 등 고등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뇌가 발달하면서 뇌 무게가 이렇게까지 증가한 것이라고 하셨다. 1kg의 차이가 지금의 인류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난 후 교수님께서는 다음 질문을 던지셨다.

 

"앞으로 인간의 뇌는 증가할까?"

 

조원 중 누군가가 아니라고 답하자 교수님께서는 왜 그럴까 라고 세번째 질문을 던지셨다. 여러 답이 나왔고 난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 이미 신생아의 머리 크기 때문에 여기서 더 커지면 출산이 불가능 할 것 같다고 답하였고 교수님께서 내 답을 마음에 들어 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부연 설명을 덧붙이셔서 이미 자연 출산이 가능한 신생아의 머리 둘레가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더 이상 인간 뇌의 진화는 힘들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말씀을 하셨다.

 

"해부 실습을 하면서 그냥 자르고 떼고 기계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생각을 해라. 구조물이 보인다고 막 지나치지 말고 뇌의 무게는 얼마일지, 이게 왜 여기에 이런 형태로 존재할지, 이런 고민들을 해라"

 

난 솔직히 처음에 이 말씀을 들었을 때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해부학 공부도 버거워 죽겠는데 내가 왜....ㅠㅠ"

 

하지만 교수님의 마지막 이 말씀이 내 생각이 좁았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너희가 앞으로 이런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이런 귀중한 시간을 서로 질문을 던지고 가치있게 쓰는게 좋지 않겠니?"

 

그렇다. 실습은 내게 있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 될 것이다. 난 카데바 실습이 극혐이라는 이유로 오로지 실습 영상과 이론에만 치중해서 주위는 돌아보지 않고 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보내버린 실습시간이 언젠가 후회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더 후회가 되기 전에 앞으로의 실습 시간에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버릇을 들여야겠다고 다짐했다.